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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와 마녀 (줄거리, 관람 포인트, 추천 이유)

by 애니광이유 2025. 8. 3.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 포스터

 

 

아야와 마녀는 2020년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한 첫 번째 3D CG 애니메이션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기존 지브리 작품들이 가진 따뜻한 감성과 감성적인 세계관에 비해 훨씬 더 경쾌하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띠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야라는 이름의 한 소녀가 있고 이 소녀는 다른 지브리 캐릭터들과 달리 굉장히 영악하고 주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인상을 남깁니다.

기존의 수동적이며 감성 중심의 캐릭터와는 달리 능동적이고 끈질기며 똑똑한 아야의 태도는 새로운 지브리 여성상을 제시합니다. 애니메이션 팬 사이에서는 전통적인 작화가 아닌 CG 방식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지브리의 실험성과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분명히 큽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부담이 없으며 기존 지브리의 향수를 느끼는 관객들에게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줄거리 - 입양된 아이, 마녀 집에 들어가다

주인공 아야는 이름처럼 작고 야무진 소녀입니다. 유아 시절 마녀인 어머니에게 버려진 그녀는 고아원에서 자라게 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야는 자신이 버려졌다고 슬퍼하거나 위축되는 대신 자신이 처한 환경을 조종하고 즐기는 데 능숙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아원에서 다른 아이들을 다루는 법, 어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법을 아는 그녀는 자신의 일상이 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외모의 부부가 아야를 입양하러 오게 되고 그렇게 그녀의 운명은 완전히 바뀝니다.

입양한 사람은 벨라 야가라는 이름의 마녀와 마치 유령처럼 조용한 파란 머리의 남자 만드레이크입니다. 아야는 그들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안일을 도맡으며 마녀의 수련을 도와야 하는 처지에 놓이지만 특유의 꿋꿋함과 눈치, 말솜씨로 점점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 갑니다. 그녀는 마녀가 쓰는 마법의 재료, 주문의 원리 등을 익히며 단순한 도움일이 아닌 진짜 마녀로 성장해 나갈 기회를 모색합니다. 아야는 그저 구박받는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어떻게든 주도권을 쥐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해 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던 중 고양이 토마스와 함께 벨라 야가를 역이용하는 작전을 펼치며 이 가정 안의 위계를 재편해 나가게 됩니다. 영화는 거창한 마법보다는 캐릭터들 사이의 권력 관계와 미묘한 심리전 그리고 아야의 독립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전개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놀라운 연결고리로 인해 아야의 출생의 비밀과 마녀들의 관계가 암시되며 열린 결말을 맞이합니다.

 

관람 포인트 - 스튜디오 지브리의 과감한 변신과 새로운 여성 서사의 등장

아야와 마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 3D CG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이미 상당한 화제성을 안고 시작된 작품입니다. 기존의 손맛 나는 2D 작화에서 벗어나 완전한 CG로 구현된 세계는 처음에는 이질감을 줄 수 있지만 곧 캐릭터의 표정, 움직임, 시선 처리 등에서 느껴지는 섬세함을 통해 그 변화의 의도를 이해하게 됩니다. 특히 주인공 아야의 익살스러운 표정 변화나 고양이 토마스와의 유쾌한 상호작용 장면에서는 CG의 장점이 극대화되어 만화적 상상력과 실사적인 리듬감이 동시에 살아납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바로 지브리 여성 캐릭터의 진화입니다. 아야는 철저히 이성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녀는 연민을 구걸하지 않으며 상황을 통제하고자 능동적으로 행동합니다. 이는 기존 지브리 여성상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로 해석할 수 있으며 당찬 여성상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마법이라는 설정을 도구적으로 활용합니다. 벨라 야가가 사용하는 마법은 화려하거나 낭만적이기보다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노동적인 방식으로 묘사됩니다. 아야는 이 세계를 단순히 환상의 공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체계를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높이려는 지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결국 영화는 주어진 마법이 아닌 스스로 만든 마법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영감을 제공합니다.

거기에 더해 음악 또한 훌륭한 감상 포인트입니다. 록 밴드 출신으로 설정된 마녀들의 과거 설정은 독특하며 사운드트랙에는 클래식 지브리 음악과는 다른 경쾌하고 반항적인 분위기의 곡들이 삽입되어 극의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특히 오프닝과 엔딩에서 사용되는 음악은 이야기가 가진 자립성과 반항성을 상징하며 캐릭터의 심리적 정체성과 연결됩니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결합되어 아야와 마녀는 단순한 아동용 콘텐츠를 넘어서 시청 연령과 상관없이 다양한 층위에서 해석 가능한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추천 이유 - 불편함 속에서도 빛나는 실험정신과 캐릭터의 주체성

아야와 마녀는 처음 볼 때 다소 당혹스러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지브리를 사랑해 온 이들이라면 익숙한 손그림의 정서를 기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기대를 벗어나고 나면 이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메시지를 품고 있으며 더 넓은 가능성을 향해 손을 내미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그 낯설음이 이 영화를 추천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전통을 반복하기보다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용기는 창작자로서 가장 귀한 덕목이며 지브리라는 이름을 달고도 그 선택을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캐릭터 아야의 힘입니다. 단순히 똑똑하고 당찬 주인공이 아니라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면을 드러내며 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으려는 자기 완결적인 성격은 지브리 사상 전례 없는 여성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소 이기적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며 어린 아이이지만 어른 세계의 룰을 꿰뚫고 이를 이용하는 능력자입니다. 이는 관객에게 단순한 동정심이 아닌 감탄을 유도합니다. 마법이라는 환상의 세계를 주어진 조건이 아닌 도전의 장으로 보는 아야의 시선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 혹은 여성들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이야기 구조상 플롯이 평면적이고 끝맺음이 명확하지 않아 열린 결말이라기보다 미완성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속편의 여지를 남겼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며 결국 이 영화는 메시지 전달에 더 집중한 작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아야가 주체적인 인물로 얼마나 입체적으로 설계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야기의 전통적인 기승전결보다 그 캐릭터가 던지는 시선과 태도가 중심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아이와 함께 다시 한 번한번 시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즐길거리로 소비되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보고 ‘이 아이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아야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건 뭘까’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본다면 세대 간 대화를 유도할 수 있고 어른 혼자 본다면 이제껏 보지 못한 지브리의 실험이라는 지점에서 충분히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기존 지브리를 사랑하는 팬들뿐만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접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