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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관람 포인트, 감상평, 줄거리)

by 애니광이유 2025. 7. 16.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포스터

 

 

2017년 국내 개봉된 애니메이션 영화 목소리의 형태는 일본의 유명 만화가 오이마 요시토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입니다. 늑대아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 감성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계보를 잇는 이 작품은 단순히 청춘 성장물로 분류되기에는 그 주제의식이 상당히 깊고 무겁습니다.
왕따, 장애, 괴롭힘, 자살 충동, 소외감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그것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고 조용히 풀어낸 섬세한 연출로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주인공 이시다 쇼야는 초등학생 시절 청각장애를 가진 전학생 니시미야 쇼코를 괴롭혔던 가해자입니다. 그는 사춘기를 지나 청년이 된 후 과거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살아가다 쇼코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다시 그녀 앞에 서게 됩니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겪는 갈등, 변화 그리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긴 여정을 그리며 인간관계에서의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 되묻습니다.

이 작품은 단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해 이야기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가해자였던 주인공이 시간이 흐른 뒤 죄의식과 자기혐오로 무너져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진정한 속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진정한 용서는 가능한가라는 보편적 질문을 던집니다. 조용히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며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관람 포인트 - 소리 없는 세계 속 진짜 목소리를 찾는 감각적 연출

목소리의 형태는 정적인 장면이 많고 대사보다는 시선과 분위기로 감정을 전달하는 연출이 탁월합니다. 이는 감독 야마다 나오코의 섬세한 감성 연출력 덕분이며 특히 소리라는 요소를 시청각적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탁월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첫째, 청각장애를 가진 쇼코의 시점을 표현할 때는 실제 소리를 최소화하거나 뭉개진 음성으로 처리하여 관객이 쇼코의 세계를 간접 체험하게 합니다. 이러한 연출은 단순히 장애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통의 단절과 외로움을 감정적으로 전달하는 강력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둘째, 쇼야의 심리를 표현하는 방식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X자로 가려져 있고 소리조차 소음처럼 들리는 장면은 주인공의 내면에 깃든 불안과 자기혐오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합니다. 이후 스토리 전개에 따라 하나씩 X표가 사라지고 시선이 맞춰지는 장면은 성장의 상징으로써 큰 감동을 줍니다.

셋째, 배경 음악과 색감의 조화 역시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색감과 피아노 중심의 잔잔한 음악은 영화의 정서적 톤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감정을 과도하게 끌어올리는 대신 관객 스스로 여백을 채우도록 만드는 연출이 돋보입니다. 또한 극 중 등장인물 모두가 입체적으로 그려진다는 점도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쇼야의 친구들, 쇼코의 여동생, 어머니들까지 누구 하나 단선적인 인물이 없습니다. 각자의 상처와 입장, 과거가 교차하며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관객은 이들이 맞닥뜨리는 갈등에 쉽게 몰입하게 됩니다. 결국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말하지 못한 감정과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에 있습니다. 이는 관객 각자의 삶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오랜 여운으로 남게 됩니다.

 

감상평 -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였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 만들어낸 감정의 흐름

목소리의 형태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 하나의 삶에 대한 보고서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가해자였던 기억 혹은 반대로 이유 없이 상처를 받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이 작품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일은 그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차분하게 풀어내기 때문입니다.
쇼야는 단지 사과를 하기 위해 쇼코를 찾은 것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 살아가는 이유 그리고 다시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쇼코 역시 자신이 존재함으로써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며 누군가의 진심을 믿는 일이 얼마나 두려운지 보여줍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그 상처를 함께 감싸 안으며 만들어가는 변화는 말 그대로 인간답다는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쇼야가 사람들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학교 축제에서 모두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장면은 이제 나는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이자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순간의 감정적 해방을 상징합니다. 이 영화를 보며 ‘나는 지금까지 누구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사과, 감사, 고백이 마음속을 맴돌게 됩니다.

목소리의 형태는 거창한 교훈을 주지 않습니다. 그저 서로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시청을 넘어 관객 각자의 삶에도 따뜻한 흔적을 남깁니다.

 

줄거리 - 가해자에서 속죄자로, 침묵을 걷는 소년의 용기

영화는 어린 시절 초등학교 반 친구들이 청각장애를 가진 전학생 쇼코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며 시작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곧 괴롭힘으로 변질됩니다. 특히 주인공 쇼야는 장난이라는 명목으로 쇼코의 보청기를 뺏거나 그녀를 놀리며 친구들에게 관심을 받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 행동이 점점 심해지며 결국 학교와 부모의 개입으로 사태가 불거지고 쇼야는 역으로 친구들에게 외면받는 왕따가 됩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쇼야는 자신의 잘못을 깊이 후회하며 자존감이 무너진 채 살아갑니다. 그는 사람들의 얼굴조차 똑바로 보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살아가다가 우연히 다시 쇼코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용기 내어 말을 걸고 사과를 전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삶을 되돌려보려 노력합니다.

이후 쇼야는 쇼코의 동생, 가족 그리고 과거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과 관계를 회복해 가며 자신의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과거는 쉽게 치유되지 않고 쇼코 또한 자신의 존재로 인해 주변에 상처를 준 것이 아닌지 괴로워하며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결국 쇼코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고 쇼야는 그녀를 구하려다 다치게 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눈물만을 위한 감정 조작이 아닙니다. 영화는 진정한 이해가 얼마나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 또한 용서란 감정은 결코 일방적이거나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관계는 사랑이나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포장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관계의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갑니다.

결말에서 쇼야는 마침내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고 오랜 시간 닫혀 있었던 소통의 창을 다시 열게 됩니다.
그 순간 스크린 가득히 흘러나오는 눈물은 단지 슬픔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따뜻함과 성장에 대한 감동 때문입니다.